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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 천고마비의 계절(3) 에델베인과 루비아는 조용히 마주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루비아가 직접 구운 쿠키와, 에델베인이 꺼낸 와인 한 병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짧게 나누었다. 사소한 이야기들이 오갈수록 방 안의 공기는 점점 부드러워졌고, 창문으로 흘러든 달빛이 은은하게 그들을 감쌌다. 에델베인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촛불을 켰다. 작은 불꽃이 흔들리며 그의 얼굴선을 따라 빛을 그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루비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오늘 보자고 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에델베인은 잠시 시선을 창가로 돌렸다. "단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안에는 묘한 무게가 섞여 있었다. "물론, 많은 걸 말한 것은 아닙니다. 루케오와의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2025. 10. 6.
사건의 시작: 천고마비의 계절(2) 서서히 하늘이 밝아올 무렵, 그들은 마침내 루케오에 도착했다. 남성을 치료소로 보낸 뒤, 먼저 도착해 있던 아삽이 그들을 맞이했다. "대장, 수고 많았어." 그녀의 얼굴에는 밤을 새워 피로가 묻어 있었지만, 눈빛에는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남성은?" "가벼운 외상뿐이래. 내일쯤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야." "좋아. 케인은 아직 지하실에 있지?" 아삽의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 그 순간, 루비아는 망설임 없이 지하실로 내려갔다. 문을 열자 눅눅한 공기와 함께 피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희미한 등불 불빛 속, 바닥에는 이미 싸늘해진 남자가 쓰러져 있었고, 그 앞에는 시선을 들지 못한 채 케인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케인?" 그 목소리에 케인은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죄송.. 2025. 10. 2.
사건의 시작: 천고마비의 계절(1) "언니!!" "으악!!" 빗자루를 턱에 괴고 벽에 기대어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던 루비아는, 갑자기 들려온 웬디의 외침에 화들짝 놀라 중심을 잃고는 빗자루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언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멍 때려? 에드거 오빠가 아까부터 부르고 있어." 그 말에 주방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 굳어 있는 에드거가 보였다. "아, 미안... 오늘 좀 피곤한가 봐." "하비 오빠 가게가 요즘 많이 바쁜가 보네?" "어... 뭐,그렇지." 루비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요즘 가게 일과 최근 일어난 사건의 일로 매일같이 분주했다. 게다가 오늘은, 오늘 꿈인지 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에 살며시 느껴진 그의 손길이 계속 마음속에 맴돌아 괜스레 신경이 쓰였다. "루...루비아 누나.. 2025. 9. 13.
루케오와 에델베인(2) 에델베인은 루케오의 모두를 차례로 바라보았다.오는 길에 루비아에게서,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안전을 위해 가면을 쓰고 있을 것이라 들었지만, 방 안의 사람들은 달랐다. 긴장된 얼굴, 그러나 그 너머로 결연한 눈빛을 드러낸 채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그 눈빛 속에서, 에델베인은 그들이 어떤 각오로 가면을 벗고 이 자리에 섰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에델베인 카멜리아스 입니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차분히 인사했다.뜻밖의 정중한 태도에 루케오의 모두가 허둥대며 자기소개를 잇따라 했다. 짧은 인사가 마무리되자, 루비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에델베인님, 이쪽에 앉으세요." 그녀가 가장 앞자리에서 왼쪽 의자를 빼주자, 에델베인은 주위의 시선을 묵묵히 받으며 그 자리에 앉았다.. 2025. 9. 7.
(창작 소설)루케오와 에델베인(1) 희미한 달빛만이 우리를 비추는 깊은 밤.에델베인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그저 조용히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루비아씨..." 그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푸른 눈동자가 전하는 따뜻함과 달리, 루비아의 손끝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에델베인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농담이었습니다. 루비아씨를 잡을 생각은 없습니다.하지만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건 진심입니다. 도움이 된다면 돕고 싶다는 것도요." 그는 한 걸음 물러나며 뒷목을 쓸어내렸다. "...믿어주세요." 루비아는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이 사람을 믿어도 괜찮은 걸까?왕국의 도움이 있다면 분명 수월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뒤따른다. 에델베인은 더 말하지 않고 기다렸다.고요한 밤공기만.. 2025. 8. 23.
(창작 소설)튜베로즈 식당의 루비아(5): 그림자 속 진실 [본 스토리는 3인칭 관찰자 시점입니다.] "오늘 재미있었습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루비아의 인사는 유난히 조용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급히 몸을 돌려 사라지듯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에델베인은 바라보다가, 마치 놓쳐서는 안 될 무언가가 저만치 사라지는 듯한 불안한 마음에 황급히 한 걸음을 내디뎠다. "루비아씨!"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점점 멀어질수록, 에델베인의 가슴 한켠은 서늘해졌다.그날 밤, 에델베인은 기사단 숙소의 개인 방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엔 미처 작성하지 못한 보고서가 쌓여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허공에 머물렀다. 펜을 잡고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하던 그의 머릿속엔 루비아의 마지막 목소리가 자꾸 떠올랐다. 그.. 2025. 7. 27.